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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A졸업생이 쓰는 미국 유학- 디자인, 모션그래픽 전공 가이드 (2)

군밤사세요 2021. 12. 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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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 - [뉴욕생활 ] - SVA졸업생이 쓰는 미국 유학- 디자인, 모션그래픽 전공 가이드 (1)

 

SVA는 뉴욕 맨하탄 한가운데 있다! '우리학교 캠퍼스는 맨하탄 전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기도 한다.

 

 

1.  학교 수업방식

기본적인 학점 시스템은 한국의 대학교와 비슷하다. 매 학기 학점에 맞춰 시간표를 짜고, 전공필수, 전공선택, 교양필수, 교양선택 등 꼭 들어야하는 과목과 아닌 과목들이 있다. 유학생이라면 여기에 PE 시험이라는 영어시험을 통과해야한다. 보통 아트스쿨은 어떤 전공을 선택하던, 1학년 때에는 foundation이라는 기본기를 가르친다. 인체드로잉, 미술사, 수채화 및 유화 등 기본적인 회화기술을 전반적으로 다 배우게 하고, 2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전공수업이 시작된다. 2-3학년때는 과제에 파뭍혀서 작품을 해내고 있을 것이고, 4학년때는 졸업작품을 하느라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보통은 5월에 졸업작품 전시회를 하면서 졸업을 하게된다. (미국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하고, 5월에 한 학년이 끝난다)

 

 

흔한 쓰리디 프린팅랩

 

2. 실기수업 

SVA의 경우 교수진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교수의 수업을 듣느냐에 따라 과제 퀄리티가 달라진다. 좋은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싶다면 학점받기 어렵더라도, 까다롭고 눈이 높은 교수의 수업을 들어 작품 수준을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 

 

전공수업은 크리틱을 하는 수업이 많다. 3주짜리 프로젝트를 주고, 컨셉부터 완성까지 매 주 자신의 작업과정과 생각을 설명하고, 교수는 물론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중간과정을 설명하고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 간의 피드백이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는 보통 수업시간에 손들고 질문하는 학생이 많지 않지만, 미국에서 자기 의견을 목소리 높여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 작품에 대한 여러 학생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 영어가 익숙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에서 자라지 않은 아시아권 유학생들은 유독 이 부분을 힘들어한다. 나 또한 처음에 참여하기가 너무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미국인이라고 다 말을 잘하진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한번이라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이것은 실제로 미국사회로 나가면 더욱 유용하게 쓰인다. 예체능처럼 포트폴리오가 쌓이는 전공을 하는 학생들은 "내 작품으로 말한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운데, 물론 완성작이 좋게 나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회사에 입사해서 디자인 작업을 하게 되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미팅을 하며 자기의견을 말해야한다. //

 

컴퓨터아트 관련 수업이 진행되는 랩. 졸업작품 시즌에는 학생들로 꽉꽉찬다.

 

모션그래픽, 쓰리디 처럼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전공의 경우, 학교에서도 분명 테크니컬한 정보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학교에서 기술적인 것만 배우려고 한다면 등록금 낭비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프로그램 사용하는 법은 인터넷에도 너무 많이 나와있고, 유튜브 튜토리얼만 봐도 알아야하는 기술은 충분히 배울 수 있다. 학교에서는 자신의 컨셉, 의견을 정리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프리젠테이션하는 법, 프로페셔널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 업계에서 유명한 교수진들 혹은 같은 전공 친구들과 네트워킹하며 인맥을 쌓고,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Career Fair 나 Career Training 프로그램 등을 통해 졸업 후 쉽게 취업 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마디로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펴보고 최대한 빼먹는 것이 중요하다. SVA의 경우 교수진들이 대부분 어리고 업계에서 아직 활동중인, 인맥이 많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학생증이 있다면 대부분의 미술관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고, Student 버젼으로 필요한 컴퓨터 프로그램도 싸게 살 수 있다. 애플이나 어도비, 하다못해 아마존까지 학생우대 가격이 있으니 꼭 이용하도록 하자.

 

친구들과 모여서 프로젝트 논의하기 좋은 학교 도서관. 여기서 2-3학년의 대부분을 보낸 기억이 있다..

3. 교양수업 

전공 실기수업 외에 역사수업, 문학수업, 수학/코딩 수업 등을 필수로 들어야 하는데, 대부분 중간,기말 평가로 에세이를 쓰라고 하거나 시험을 본다. 유학생이 많은 SVA에서는 교수들이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유학생들의 문법실력을 대충 알고있어서, 말이 안되도 대충 알아서 읽어주는 편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유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문법을 봐주는 1:1 튜터링을 지원하고 있으니, 기말에세이 같은 중요한 서류를 낼 때에는 꼭 먼저 검수받고 내는 것을 추천한다.

 

 

4. 학교문화

전반적인 학교 분위기를 말하자면, 뉴욕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더불어 정말 다양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문화에 대해 깊이 들어가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한국 유학생으로써 생소할 수 있는 점들만 간략히 정리하자면- 게이, 레즈비언 등 성소수자가 정말 많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화거리조차 되지 않을만큼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않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마초를 피는 것이 일반화 되어있다. 담배보다 더 많이 피우는 것 같다. (뉴욕은 대마초가 합법이다) 선생님이라고 권위의식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한국 유학생들이 정말 많다. 특히 디자인과는 1/3이 한국인이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상상도 못할만한 부자들이 꼭 있다. 정말 돈 많은 부자들이 있는 반면 생활비에 허덕여서 한인타운에서 불법으로 알바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예술을 배우는 것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으니,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보지말고 많은 것을 경험하며 배우기를 바란다. 

 

한국 대학교에서 학기가 시작하면 과별로 신입생 신고식을 하거나 엠티를 가는 것과는 달리, 미국 아트스쿨에서는 한 과의 학생들을 모아서 하는 행사가 전무하다. 그만큼 연대의식은 없지만 학년과 전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보통 '전공필수' 수업에서 같은 과학생들을 모두 만날 수 있으니 그 때 친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으며 미술실기를 배운 유학생들에게, 미국에서 자라서 아트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의 실력은 처음보면 충격적일 정도로 비교가 된다. 한국과 미국에서 지향하는 예술교육이 달라서 그런 것인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기본기가 튼튼하고 '정답'을 그려낼 수 있는 반면, 미국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기본기가 없고, 선을 쓰는 것 조차도 서툴러서 실력이 없어보이는 경우가 많다.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한국학생들은 특유의 틀에 얽매여 그것을 깨지못하고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반면, 미국에서 교육받은 학생들은 기본기는 없을지언정 그 불완전함 안에서 개별적인 스타일이 갑자기 발현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거기에 기본기를 얹게되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기면서 실력이 확 느는 것을 많이봤다. 평균적인 수준은 높지만 '대단함'에 미치지못하는 것과, 평균수준이 낮지만 소수가 '대단함'에 도달하는 차이이다. 

 

학과에서 자주 열리는 세미나. 업계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초대하여 질답을 하고 작업과정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것은, 학교생활을 너무 수동적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학사과정 3년, 석사과정 2년 총 5년동안 아트스쿨을 다닌 나에게 한가지 후회가 있다면, 좀 더 많이 알아보고 능동적으로 행사에 많이 참가할 걸 하는 것이였다. 뉴욕이란 도시가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만큼 얻어 갈 수있는 곳이다. 널린게 공짜 미술관, 커리어 페어, 네트워킹 이벤트, 학교 외 미술 수업, 전시, 연극, 뮤지컬.. 손만 뻗으면 닫는 거리에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

만약 뉴욕으로 유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학교에서 교수가 해주는 수업을 듣고 주어진 과제만 하지말고, 수업에 일찍가서 교수에게 말을 걸어보고, 친구들과 학교과제 외 개인작품으로 전시도 해보고, 아티스트들 모임에 참가해서 네트워킹도 해보는 걸 추천한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경험하는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실력은 물론이고 인격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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