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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리랜서 디자이너 가이드 (2) - 홀드 시스템, 프리랜싱 단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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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리랜서 디자이너 가이드 (2) - 홀드 시스템, 프리랜싱 단어

군밤사세요 2020. 7. 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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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9 - [뉴욕생활 ] - 미국 프리랜서 디자이너 가이드 (1) - 연봉, 일당, 프로젝트 단위 급여

 

 

 홀드시스템을 언급하는 이메일

 

홀드 시스템 / HOLD SYSTEM

한국에서는 없는 시스템이라, 미국에서 프리랜싱하면 가장 헷갈리는 컨셉일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디자이너 '예약제'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듀서들은 프로젝트가 확정되기 스케쥴을 미리 짜놓는데, 진행이 결정되면 바로 디자이너들을 데려와서 일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계약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회사와 디자이너간의 의리, 약속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혹시 회사에서 이메일이 와서 "Can we hold you for next week?" 라고 물어본다면, 다음주에 혹시 시간 비어있어? 프로젝트 하나가 생길 것 같은데 일할 수 있니? 라고 물어보는 의사표시이다. 하지만 이건 계약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다음주에 프로젝트를 시작할지도 모르는데 혹시 결정되면 그때가서 너랑 일하고 싶다- 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Hold라는 단어를 동사, 명사로 둘다 쓰는데, "I have a few holds" 홀드가 다른 회사와 몇 개 있다, 라고 하거나 "I can give you a hold" 홀드를 주겠다, 라고 명사형으로 쓸 수 있다. 

 

홀드를 준다는 것은 만약 프로젝트가 확정된다면 같이 일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말했듯이 디자이너쪽에서 다른 일이 생겨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큰 문제는 안된다. 이 경우 홀드를 준 회사에게 미리 통보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회사쪽에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찾거나해서 계약을 주지 않는다고 디자이너가 억울해 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회사나 프로듀서와 이메일을 주고받을때 유용하게 쓰일 단어들을 정리해보았다. 

 

 

북킹 / Booking

북킹되었다는 것은 계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드를 준 기간내에 북킹할 가능성이 높으며, 북킹된 날짜부터 일을 시작하면 된다. "I'd like to book you for next week" 라고 한다면 다음 주부터 같이 일하자는 소리다. 어떤 회사들의 경우 홀드단계를 아예 뛰어넘고 북킹을 바로 권하기도 한다. 북킹된 기간안에는 설령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하더라도 디자이너에게 일당을 지급해야한다. 북킹이 되면 다른 곳에서 일을 못받기 때문에, 그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이다.

 

 

퍼스트 홀드 / First hold

한마디로 프리랜서를 제일 먼저 찜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 홀드와 같이 느슨한 약속의 느낌이 아니라, 조금 강력한 의미를 가진다. 마찬가지로 깬다고 해서 계약파기로 소송을 당한다거나 하진 않지만, 회사에서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을테니 퍼스트 홀드는 지키는게 좋다. 퍼스트 홀드는 이 회사를 가장 우선시해서 북킹을 주겠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곤란해 질 상황이 생길 수 있다. 퍼스트홀드가 있는 기간에 만약 다른 회사에서 북킹을 하고 싶어한다면, 일반적인 홀드는 회사에게 '다른 회사가 북킹하고 싶어하니 홀드기간 동안 일을 못할거같다' 라고 통보하면 되지만, 퍼스트 홀드의 경우 '다른 회사가 북킹하고 싶어하는데 홀드를 풀어줄 수있니?' 라고 그 회사의 의견을 먼저 물어봐야한다.

 

이게 왜 문제가 될 수 있냐면, 일반 홀드의 경우 북킹제안이 오면 바로 계약을 해버리면 되는데, 퍼스트 홀드는 한번 회사에 물어보고- 홀드를 풀어준다는 승인을 받고나서야 다른 회사와 계약을 할 수 있으니, 퍼스트 홀드를 풀어주기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다른 사람에게 일이 넘어가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광고계는 스케쥴이 매우 빡빡해서, 프리랜서가 전화를 받지않거나 답장이 없다면 바로 다른 사람을 찾아버린다. 빠릿하게 답장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 

 

퍼스트 홀드는 프리랜서에게 그다지 유리할게 없는 시스템인데, 내가 주워들은 바로는 몇몇 회사에서는 퍼스트 홀드를 준 프리랜서에게만 일을 준다고 한다. 의리를 지키려는 노력이다. 

일반적으로 'hold'라고 하면 퍼스트 홀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회사측에서 정확히 'First hold'라고 언급할테니 거기에 따라 대응하면된다. 

 

 

세컨 홀드 / Second hold 

세컨 홀드, 서드 홀드 등 2nd, 3th, 4th 이렇게 중요도의 순위로 내려가는데, 퍼스트 홀드 이외의 나머지는 다 일반적인 홀드이다. 강력한 의미는 없고 퍼스트 홀드에 비해 디자이너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릴리즈와 퍼스트 홀드에 대한 이메일

 

릴리즈 / Release

퍼스트 홀드를 취소하는 것을 릴리즈라고 한다. 

 

챌린지 / Challenge

퍼스트 홀드를 가지고 있을때, 다른 회사가 북킹을 하고싶다고 접근한다면 그 회사에게 "Would you like to challenge the first hold?" 라고 의사를 물어볼 수 있다. 다른 회사에서 "I'd like to challenge" 라고 한다면, 그때 퍼스트 홀드의 회사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알리면 된다. Challenge가 들어간 시점부터 퍼스트 홀드의 회사는 24시간 동안 프리랜서를 릴리즈 할 것인지, 북킹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릴리즈 한다면 퍼스트 홀드는 취소됨으로써 다른회사의 북킹을 받으면 되고, 북킹한다면 다른회사에게 퍼스트 홀드의 회사가 북킹을 해서 같이 일할수 없다고 전하면 된다. 

 

누군가 당신을 홀드하고 싶다는건 그만큼 포폴이 좋았다는 증거! 축하해요!

 

회사에서 퍼스트 홀드를 요구할때, 나는 아주 맘에 드는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거절하고 세컨홀드를 준다. 미국에서 몇번 프리랜싱 해본 사람이라면 퍼스트 홀드에 대한 안좋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한 회사에 퍼스트홀드를 2달정도 주었다가 북킹도 되지않고, 그 시간을 그냥 날려버린 기억이 있다. 다른회사와 퍼스트 홀드가 있다고 하면 많은 회사들은 더이상 대화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찜'당한 프리랜서에게 접근하고 싶지 않아한다. 

 

홀드시스템은 확실히 회사 입장에서 편하라고 만든 시스템이 맞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확실한 계약도 아니고, 자칫하다간 그 기간동안 다른일도 못하고 낭비하게 되니까말이다. 그래서 몇몇 프리랜서 들은 홀드시스템 자체를 거부하며, 바로 북킹하는것이 아니면 프로젝트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너무 만연하게 쓰이고 있기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내팽겨칠 시스템은 아니고, 유연하게 사용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홀드시스템의 기본은 커뮤니케이션이다. 프로듀서가 프리랜서를 홀딩하는 것도, '나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가 있을건데, 혹시 모르니까 시간 비워둬, 알겠지?' 라고 하는 제안의 일부이고, 프리랜서 역시 '너랑 같이 일하고싶었는데 다른 회사가 먼저 날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이번엔 못할거같아." 라고 대화하는 것이다. 시스템이라고 이름 붙여져있지만, 사실 어디 바이블이나 가이드가 따로 적혀있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위에 언급한 룰의 예외도 아주 많다. 퍼스트홀드가 있지만 회사에 사정해서 릴리즈 받을수도 있는 것이고, 북킹이 되었다가도 회사의 프로젝트가 취소되서 할일이 없다면 일당을 받지않고 계약을 끝내준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때문에 모든 것은 회사와 프리랜서간의 충분한 의사소통으로 풀어나가면 된다. 

 

법적효력이 없는 이 시스템은, 업계의 보이지 않는 약속과도 같은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8년째 프리랜싱을 하면서 챌린지를 받았을 때 24시간 룰을 어기는 회사를 본 적이 없고, 프로젝트가 중간에 취소되었을 때 북킹을 깨려는 회사도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이 암묵적인 룰을 신기하게도 모두 알고있고, 존중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프리랜서로 일을 한 후 보내는 송장, 인보이스 작성법과 세금보고서, W-2와 1099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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